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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뉴스] ‘여자라는 이유로’ 온라인·길거리서 마주하는 ‘혐오표현’
작성자 helper 등록일 2017-06-02 조회수 40

 

인권위, 소수자 혐오발언 피해실태 조사

성소수자 95%·여성 84%, 혐오발언 피해

“잠자리는 잘하고 있냐” “레즈 아냐?”

“여자치고 대단하다” 등 비하·멸시

절반은 자살충동·우울증·공황장애 겪어

공기처럼 만연한 ‘혐오표현’ 폭력 부를라

 

 

 

▲    ©여성신문

 

#1 지체장애인 여성 A(30)씨는 야근을 하고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는 도중 한 남성에게 “나 내리는 역에서 나랑 같이 내리자”는 말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휠체어를 잡아끄는 그에게 A씨는 “왜 이러세요”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지하철 안에서 그 남성을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않았고, 휠체어로는 지하철 안에서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장애여성이라 언제 어떻게든 나를 만질 것 같은 느낌, 나는 저항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2 한 이주민 여성 B(34)씨도 택시를 탔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택시기사가 B씨에게 출신국가를 물은 후 곧바로 “밤에 남편이랑 잘하고 있냐, 잠자리 잘하고 있냐”며 성희롱을 했다. B씨는 “이제 두려움을 느껴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여간해서는 택시를 타지 않고 버스나 전철만 탄다”고 말했다.

#3 모르는 남성에게 지속적인 스토킹 피해를 입은 여성 C(35)씨는 피해를 신고한 후 여성경찰에게 “얼굴이 착하게 생겼고 말투가 조곤조곤해서 남자들이 순종적인 받아들일 수 있는 여자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범죄의 타겟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C씨는 “‘나를 도와줄 거라 믿었던 공권력 도와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숨이 가쁘고 ‘죽을 것 같다’ ‘아무데도 못 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공황장애를 겪은 사실을 털어놨다. 또 C씨는 자신의 피해 당시 심정과 성차별적인 통념을 반박하는 글을 온라인에 올렸다가 여성혐오 표현이 난무하는 수많은 댓글로 2차 피해를 입기도 했다. C씨의 글에는 “관심종자네” “여자는 ○○(성기)를 잘 간수해야 한다” “기고글을 쓴 목적이 복수인 것 같은데, 차라리 가해자를 찾아가 직접 진짜 복수를 하라”고 비난하는 댓글이 달렸다.

 

여성과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혐오표현’이 도를 넘고 있다. 소수자 10명 중 8명은 혐오표현에 노출돼 있고 피해자 절반은 우울증과 자살충동, 공황장애를 겪었다. 공기처럼 만연한 혐오표현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며 공격성을 띄고 혐오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앞에서 소개한 사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혐오표현 실태 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대면조사에서 피해자들이 겪은 실제 이야기다. 이번 보고서는 숙명여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성소수자·여성·장애인·이주민과 소수자가 아닌 남성 등 10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대면조사를 벌이고 온라인을 분석한 연구 결과물이다. 이번 조사는 2010년 이후본격적으로 사회문제로 떠오른 혐오표현 주제로 국내에서 처음 실시한 대규모 조사다. 연구진은 혐오표현을 ‘어떤 개인·집단에 대하여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혐오하거나 차별·적의·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으로 정의했다.

 

조사 결과, 온라인 혐오표현 피해 경험률은 성소수자가 94.6%로 가장 높았다. 여성(83.7%), 장애인(79.5%), 이주민(42.1%)이 그 뒤를 이었다. 오프라인 혐오표현 피해 경험률도 성소수자가 87.5%로 가장 높았고, 장애인(73.5%), 여성(70.2%), 이주민(51.6%) 순이었다.

이들이 혐오 표현을 접한 온라인 공간(복수응답)은 뉴스 기사나 영상 댓글(78.5%) 카페 및 커뮤니티 댓글(73.7%) 페이스북 댓글(73.3%) 등이었다.

 

여성에 대한 온라인 혐오표현으로 가장 많은 응답은 ‘김치녀’였다. 연구진은 “이는 ‘개념녀’, ‘스시녀’와 대비되면서 한국 여성 전체를 비난하는 혐오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수아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의 ‘온라인상의 여성 혐오 표현’ 논문에 따르면 외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혐오 표현은 여성 중 특정한 집단을 공격하는 형태보다 한국 여성을 통칭해 비하, 공격하는 형태가 일반화돼 있다.

자주 사용되는 혐오표현으로는 ‘○○녀’가 대표적이다.주로 공공의 비난 대상이 되는 행동을 한 여성을 약칭하면서 어미에 ‘녀’, ‘년’을 붙여, 비난 대상자를 다른 속성보다도 여성이라는 속성으로 환원함으로써 비난의 강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여성 중 특정한 집단을 비난하는 표현으로는 ‘꼴페미’ ‘페미나치’ ‘메갈년’ 같은 페미니스트나 메갈리안 등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대항하는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이 대표적이었다. 여성에 대한 혐오표현은 외모, 나이, 능력, 섹슈얼리티 등에 대한 비난을 통해 더욱 강화되기도 한다.

 

연구진은 “온라인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하고 선동하는 표현의 수위는 높다”면서 “혐오표현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성을 통제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정당화되고, 여성의 외모에 대한 비하, 여성의 자기주장에 대한 혐오와 결합하면서 폭력의 정당성이 강화되며, 폭력의 원인을 최종적으로 여성에게 돌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을 성기로 환원시키는 표현들과 같이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성 성기에 대한 폭력을 묘사하는 표현으로 대체되기도 한다”면서 “여성에 대한 강간의 묘사와 여성 성기에 대한 폭력의 묘사, 성추행, 강간 등 성폭력을 희화화하는 표현과 정당화하는 혐오표현들은, 성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일상화돼 있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밖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변태’ ‘호모’가 가장 많았다. 장애인은 주로 장애인들을 ‘징그러운 것’ ‘없어져야 하는 것’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많았다. 이주민은 ‘일자리를 빼앗는다’거나 ‘테러리스트’, ‘돈에 몸을 판 여성’이라는 비하하고 멸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성소수자의 84.7%, 장애인의 70.5%, 여성의 63.9%, 이주민의 52.3%가 비난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성소수자의 92.6%, 여성의 87.1%, 장애인의 81%가 증오범죄 피해를 우려하고 있었다.

 

피해를 입은 소수자집단은 낙인과 편견으로 일과 학업 등 일상생활에서 배제돼 두려움과 슬픔을 느끼고 지속적인 긴장 상태나 무력감에 빠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자살 충동·우울증·공황발작·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여러 유형의 정신적 어려움을 겪은 경우는 장애인 58.8%, 이주민 56.9%, 성소수자 49.3% 등이었다.

 

연구진은 “혐오표현을 다루는 입법이 필요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상충할 우려도 있는 만큼 혐오표현을 자체를 규제하는 것 외에 시민사회의 대응능력을 향상시키는 ‘형성적 규제’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이번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혐오표현 예방을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하나 기자 (lhn21@womennews.co.kr)

출처:  여성신문 http://www.womennews.co.kr/news/11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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